퇴직연금 금리경쟁 재연되나…보험사들 '긴장'

입력 2023-04-23 18:16   수정 2023-04-24 00:52

지난해 ‘퇴직연금 머니무브’를 막기 위해 앞다퉈 고금리를 제시하며 출혈 경쟁을 벌인 보험사들이 올 들어 낮아진 시장금리 탓에 ‘역마진 부메랑’을 맞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새로 유치했거나 재연장 계약을 맺은 자금에 약속대로 연 6%가 넘는 확정 금리를 줘야 하지만 정작 이를 재투자할 수 있는 채권 금리는 이보다 훨씬 낮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체력이 떨어진 일부 중소형사는 오는 6월 퇴직연금의 2차 갱신 주기에 맞춰 또 다른 머니무브와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역마진으로 돌아온 금리 경쟁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말 퇴직연금 사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를 제시한 보험사 중 일부는 최소 500억~수천억원에 달하는 역마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원리금보장형 상품 금리를 살펴보면 푸본현대생명이 연 6.6%로 가장 높았고, 이어 흥국생명(연 6.46%) DB생명(연 6.4%) 하나생명(연 6.3%)이 연 6% 넘는 금리를 제시했다. 동양생명(연 5.95%) KB손해보험(연 5.9%) 현대해상(연 5.85%) 옛 KB생명(연 5.8%) 등도 연 5%대 후반 금리를 적용해야 했다.


만기 매칭을 위해 주로 투자하는 회사채(신용등급 AA-) 금리는 작년 말 연 5%대 중반에서 올 1월엔 연 4%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올 들어 채권 금리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일부 보험사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자금 이동 규모도 컸다. 메리츠화재가 1년 만에 약 6조8000억원의 퇴직연금 자금을 빨아들였고 삼성생명의 적립금도 5조4000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롯데손해보험과 미래에셋생명에선 각각 3조4000억원, 1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들 회사는 역마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금리를 자제하다가 유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퇴직연금 머니무브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보험사의 차입 한도를 높여주고 환매조건부채권(RP)의 무제한 매도를 허용했다. 퇴직연금 자금 유출을 감수한 일부 보험사는 당시 RP를 활용해 ‘급한 불’을 껐다. 작년 말 기준 RP 매도 잔액이 1조원에 달하던 롯데손보도 6월 이전에 RP를 모두 상환해 시장의 우려를 덜어낼 방침이다.
6월에도 2차 머니무브?
보험사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퇴직연금 금리도 대거 낮췄다. 당장의 금리 경쟁은 잦아드는 분위기지만 보험업계의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부 사업자가 6월 또는 연말에 금리 경쟁의 도화선을 당길 경우 또다시 비슷한 출혈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형 보험사의 대응 여력이 떨어진 가운데 연이어 금리 경쟁이 벌어지면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재는 보험 영업이익을 통해 번 돈을 퇴직연금 사업에서 발생한 역마진으로 내주고 있는 양상이다. 채권시장이 경색된 탓에 운용자산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퇴직연금 상품 금리가 하락할 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낮은 금리의 채권을 매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이은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선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채권에 비해 위험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무리한 금리 경쟁으로 국민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금리 경쟁이 다시 벌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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